마지막 수정 날짜 : 2019/08/07

리브레 위키의 이 글이 15년부터 19년까지의 나무위키의 변화를 설명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저 글은 나무위키의 변화를 단지 운영적 측면으로 한정하는 것으로 그쳤고(이건 저 글 작성자의 수준의 한계일까?) 이는 나무위키의 변화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에 나무위키의 ‘서술적인 변화’를 설명하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특히 같이 ‘엔하계 위키’로 분류되는 리브레 위키의 양상도 같이 말이다.

2015년 초 리그베다 위키에서 일어난 사건 이후 리그베다 위키의 편집자층은 두 곳으로 분화하였다. 첫번째는 리그베다 위키의 컨텐츠를 포기하고 편집자만 이주해서 위키를 꾸린 리브레 위키이고, 두번째는 리그베다 위키의 컨텐츠를 가지고 시작한 나무위키이다. (불행히도 주목받지 못했던 오리위키는 논하지 않는다.) 이들 두 위키는 2019년에 이르기까지의 4년 동안의 기간 동안 각자 발전해 왔고 그 결과 원래의 리그베다 위키로부터 상당히 다른 양상으로 분화하였다.

첫번째로 다룬 리브레 위키는 리그베다 위키 출신 편집자들이 운영자 중 다수를 맡고 있고 전반적으로 리그베다 위키의 서술 양식을 따라간다. 하지만 초창기부터 한국어 위키백과발 유입이 다수 있었고 예전에 위키를 사용하지 않았던 타 커뮤니티 출신 유저의 유입으로 인해서 서술의 논조 자체는 리그베다 위키를 따라가나 건조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각주의 사용 방식이 리그베다 위키의 방식이 아닌(부연설명이나 드립용으로 쓰이던 성향) 위키백과의 사용 방식으로 된 글이 상당수 늘어났다.(참고자료 및 출처자료를 표시하는 성향)

하지만 비판 대상을 직설적으로 비판하지 않고 블랙 유머를 활용하거나 애니메이션 등지에서 유래한 드립을 사용하는 리그베다 위키에서 쓰이던 서술 양식이 그대로 유지되었으나 학술 분야나 게임 관련 정보 등 데이터성 문서의 경우 건조한 서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리브레 시리즈 등 집단창작 문서의 경우 리그베다 위키의 특징적인 표현이 줄은 반면에 서술 문체는 유지하는 등 다양한 양상이 관측된다. 하지만 이런 다양성은 대체적으로 문서의 상호 편집 비중이 작아 단일 편집자가 문서의 내용을 작성하는 사례가 많기 떄문인 것으로 분석되는 것으로 장단점을 동시에 보유한다.

분화는 실질적 활동적 사용자 수가 적은 리브레 위키보다는 나무위키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  특히 이러한 분화는 대규모 유저층 변화가 수 회 발생하였기 때문에 분화가 발생할 요건이 만족될 확률이 높은 것에서 기인한다.

우선 나무위키의 초창기에는 리그베다 위키의 편집자와 문서가 이동한 만큼 리그베다 위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리그베다 위키 운영자가 자의적으로 적용한 여러 편집 규제와 작성금지 문서가 해금되었기에 정치적인 요소를 가진 문서의 경우 ‘우클릭’ 과 관련한 논쟁이 벌어지곤 했었고 실제로 상당수 ‘우클릭’ 되었다. (당시 이것의 원인을 일베저장소발 유입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유저가 상당수 있었다.)

하지만 2015년의 다음 까페 ‘여성시대’와 디시인사이드의 ‘무한도전 갤러리’, 오늘의유머, SLR클럽 등이 참여한 다툼과 ‘엔하위키 미러’의 폐쇄 과정에서 다수의 ‘비 위키 편집자 출신’ 유저들이 유입됨으로서 편집 양식이 변화되기 시작되었다. 이들 중 다수는 ‘사관’ 등을 통해 유입된 디시인사이드발 유저였고 이로 인해 디시인사이드의 문화가 나무위키에 강하게 들어오게 된다.

리그베다 위키는 운영자의 및 주 유저층의 성향에 따라 반 디시인사이드 성향을 띄게 되었다. 예전부터 디시인사이드와 리그베다 위키는 “씹덕 찐따위키, 인터넷의 쓰레기장” 등으로 서로 비난하던 관계였고 그에 따라 디시인사이드 유저는 리그베다 위키의 편집 문화를 부정적으로 생각했고 리그베다 위키의 편집자들은 반대로 디시인사이드를 부정적으로 서술하던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무위키의 운영자층은 이런 관계과는 큰 연관이 없었고 오히려 디시인사이드 출신 인물이 운영자로 임용되거나 당시 여론을 주도하던 리그베다 위키 출신 편집자들이 2015년 리그베다 위키 사건 당시 커뮤니티 사이트의 부재로 인해 사용하던 디시인사이드 ‘위키 갤러리’에서 활동하면서 디시인사이드의 문화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앞서 말한 대규모 유저의 유입으로 인한 변화가 운영자나 여론 주도자 단에서 거부되지 않았고 이들은 편집자로 정착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디시인사이드의 문화대로 이들은 기존 나무위키의 편집 문화를 비판하게 된다. 예를 들어서 ‘취소선 드립’은 ‘노잼드립’으로, ‘덕후적 시선의 문서’는 ‘씹덕의 친목질 장소’로, 문서에 삽입된 ‘애니 등에서 유래한 표현’은 ‘씹덕의 몸비틀기’로 폄하되고 비난받게 되었다. (나무위키식 틀 쌓기나 볼드체를 사용한 한줄요약 늘어놓기는 리그베다 위키식 표현이 아니라 나무위키에서 새로 생성된 편집 양식에 가깝다. 나무위키에서 일괄적으로 ‘엔하계 위키 표현’이라고 지칭한다고 해서 본질을 오해하면 안 된다.)

그리고 통제주의적인 운영자와 위키 갤러리 등지에서 일어난 압력 등으로 인해 이러한 편집 양식은 ‘사라져야 할 적폐’로 포장되었고 현재 나무위키에서는 거의 사라져가는 추세가 되었다.

하지만 이것들이 진정 적폐였을까? 혹시 수선해서 사용할 수 있는 유산이 아니었을까? 리그베다식 서술 양식은 일본식 다테마에 혼네 문화로 설명되는 취소선 드립으로 대부분 표현할 수 있다. 본문에서는 최대한 정제된 언어로 표현하지만 취소선을 사용한 일탈으로 인해 내면의 목소리를 표출하는 것이다. 취소선은 일종의 ‘일탈의 표식’으로 작동해서 독자는 취소선이 있으면 취소선 안의 메세지는 사회적 금기에 의해 억제되지 않은 편집자의 속마음을 엿보게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암묵적으로 취소선 안이라고 할지라도 적나라할지는 모르나 원색적인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보편적이었고 이로 인해 흔히 말하는 ‘돌려까기 문화’가 탄생하게 된다.

이런 문화를 통해 편집자가 사건에서 한 발 떨어져 시니컬하게 대상을 설명하거나 비판하는 구도가 연출되고 이로서 서술의 수위를 억제하는 리미터가 형성되었다. 리미터를 파괴하고 원색적인 서술이 발생될 경우에는 편집자 다수의 암묵적인 합의에 의해 그 표현은 ‘검열삭제’ 되고 문서는 다시 암묵의 룰대로 굴러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순환은 디시인사이드의 ‘원색적인 비난’문화로 대체되었다. 돌려서 표현하는 서술 양식이 ‘씹덕 문화’로 기피되었기 때문에 서술은 직설적으로 변화하고 이는 깔끔한 서술로 보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개선으로 평가되었다. 하지만 장기간의 시간이 경과한 지금 나무위키는 공격적인 어조의 서술이 다수 눈에 보이며 토론을 통해 이런 경향이 강화되는 추세를 보인다.

그래서 결국 ‘적나라한 욕설이 없고 정돈된 디시위키’가 된 나무위키를 개선이라고 평가해야 될지는 의문점이 많이 남는다. 모두에 대해서 공격적인 글은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고 이는 결국 반사회적 반항으로 귀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감정을 한층 감싸매고 ‘덕후의 눈으로 세상을 보았던’ 리그베다 위키의 시선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을까 싶다.

과연 이렇게 분화할 나무위키를 더 이상 ‘엔하계 위키’라고 불러야 할지도 의문이다. 그들은 리그베다의 유산을 유산이라 칭하길 거부하고 깎아내리고 부정하였다. 사실상 현재의 나무위키는 ‘Anything But Rigveda(리그베다가 아니면 무엇이든지)’ 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리그베다를 적극적으로 배척하고 부인하면서, 정작 리그베다 위키의 유저들이 쌓아놓은 수많은 데이터베이스와 정보(그리고 가치판단) 제공은 빨아먹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들을 리그베다의 계승자가 아니라 리그베다의 문서와 편집자를 도둑질해 간 도적이라고 불러야 올바른 정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