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정 날짜 : 2019/08/07

위키의 관리자가 된다는건 위키러 중 누군가에겐 꿈과 같은 일일 것이다. 일단, 자신의 닉네임이 널리 알려지게 되고, 다른 유저에게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과 더불어 다른 사용자들에게 존경(?) 받을 자격까지 생기니 말이다. 여기서는 한국어 위키백과의 관리자 제도에 대해서 뜯어보고자 한다.

한국어 위키백과에서 관리자가 되기 위한 문턱 혹은 허들은 다른 위키랑 비교할 때 매우 높다. 일단 가입한 지 90일 이상에 1000회 이상의 편집을 해야 하고,  토론과 투표를 거쳐 총 유효 투표수의 3/4이상이 찬성해야 하며, 또한 반대표보다 20표 이상을 얻어야지 가능하다.

일단, ‘높은 허들’ 자체는 활동과는 관계 없이 ‘완장’을 차려는 사람들을(그리고 관리자 집단에서 볼때는 ‘일 안하는 관리자’) 어느정도 차단하는 역할을 하고, 선출된 관리자의 활동에 일정 정도의 신뢰의 의한 ‘허가’를 제공한다. 문제는 이 허가가 모든 것에 대한 허가는 아니며, 또한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게 되면 이 관리자에 대한 허가가 허물어질수 있다. 이미 한국어 위키백과에서는 휴면 관리자를 처리하는 제도와 더불어 탄핵(관리자 권한 회수) 제도가 있지만, 이 제도들이 실제로 실효성이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또한 관리를 진짜로 하고 싶으나, ‘높은 허들’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도 존재할 수 있다.

보통 우리는 집단을 생각할 때 고인 물과 흐르는 물에 비유한다. 모든 물은 흘러야 하며, 특히 새 물들이 계속하여 많이 유입되어야 된다. 이런 면으로 보자면 ‘높은 허들’은 물이 ‘흐르는 것’에 대해서는 나쁜 요소로 작용하지만, 위키커뮤니티에(위키미디어 측에서는 ‘공동체‘란 용어를 사용) 해악을 미칠 수 있는 인물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예방한다는 점에서 이 허들은 새로운 관리자를 뽑는데 필요악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지금의 구조는 기존의 관리자는 (무의미한 활동만 하더라도) 권한이 유지됨과 동시에 새롭게 관리자가 되려는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렵게 된다. 새로운 물이 유입되지 않는다면 관리자 집단은 ‘이너서클’을 넘어 ‘집단 사고’의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런 정체들을 막기 위해서는 기존 허들을 낮추고, 뽑아놓고 검증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게 현재의 높은 허들만 바라보는 시스템보다 성장을 위한 기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관리자는 특성상 권한을 많이 가지고 있으며, 이 권한을 잘못 사용하였을 경우가 존재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느 그래픽 노벨에서 이런 말이 등장한다 –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 관리자가 해당 권한을 오용했을 경우, 해당 ‘관리자’는 자신이 부여받은 ‘관리자’라는 권한에 대한 개인의 ‘책임 비용’ 으로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보인다. 그렇다고,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개인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는 ‘손절’ 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책임 비용’은 관리자 집단 전체에 대한 경각심과 개선을 위한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되어야 할 것이다.

관리자 각각이 문제를 일으킨 건에서 현재의 위키백과는 관리자 간의 소통이 매우 빈약하다. 나는 그들이 따로 무엇을 하는지는 모른다. 나무위키의 예처럼 IRC를 파서 놀고 있을 지는 누가 아는가? 하지만 내가 보았을 때 공개된 공간상에서 그들의 소통은 전무하다.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조차 관리자끼리 논의를 할 법 하지만 그런 이슈에 대한 논의는 전무했다. 위키백과에는 관리자끼리 소통하는 공간인 관리자 알림판이 있다. 관리자 알림판은 논의하고 서로 검증하라는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지, 다른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관리자를 보는 유저들의 문제도 있다. 일단 허들을 넘어서 선출된 관리자가 옳지 않은 행동을 할 경우에(활동 두절, 권한 오용) 그 걸 ‘이미 높은 허들을 넘었기 때문에’ 라고 응답해버리고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위키백과의 유저들은 (만성적인 다중계정의 분란조장이 있었다는 걸 감안하지만) 관리자에 대한 공격을 위키커뮤니티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특정 관리자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다중계정의 분란으로 단정하는 적폐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관리자에 대한 조기 검증과 재신임에 대한 판단이 잘 일어나지 않았고 그 결과 위의 상황을 야기하였다.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다중계정이나 분란 조장자로 몰려서 차단되거나 커뮤니티를 떠나게 되었고 그 결과 위키백과의 위키커뮤니티는 반쯤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위키백과는 개혁을 위해서 위의 선출과 권한 회수에 대한 ‘허들’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른 글에서 말할 기회가 있겠지만) 거기는 모 초록색 위키처럼 관리자의 뒤를 봐줄 ‘완전무결한 사측님’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그렇기 때문에 위키커뮤니티가 죽게 되면 관리자의 타락을 경계할 사람이 없어진다. 바로 위키가 죽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반면에 일부 공격적인 사용자들이 이러한 변화를 가속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근본적인 (그들 입장에서는 ‘파괴적인’) 개혁을 무작정 제안하기도 힘든 것이다. 이들은 관리자라는 것 하나만으로 개인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여했다. 결국은 위키커뮤니티가 논의를 통해 정리했어야 할 내용이지만 이러한 사용자들의 존재는 관리자의 정당한(위키커뮤니티가 용인하는) 권한 사용에 대해서 주저하는 효과도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권한 회수에 대한 ‘허들’은 여러 가지 요소를 계산해서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