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정 날짜 : 2019/08/07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reative Commons Liscence, 이하 CCL)는 미국의 법학 교수인 로렌스 레시그가 고안한 자유저작물 배포 규약이다. 현행 대부분 국가에서는 저작권법에 대한 국제적 베른 협약에 의하여 법적으로 ‘저작물’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은, 별다른 조치 없이 그것이 만들어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작자에게 독점적인 저작권을 부여한다. 그러나 많은 ‘카피레프트주의자’들은 ‘정보와 지식은 자유로이 공유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으며, 저작권에 의해서 ‘어떠한 정보와 지식이 누군가의 저작물이라는 이유로’ 자유로운 공유를 방해하는 것이 악법의 상태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은 현행 저작권법의 체계 하에서 정보와 지식을 최대한 자유로이 공유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유효(할 수 있도록 의도된)한 일정한 규약을 만들어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는 그 중 하나에 속하며, 현재는 텍스트 및 이미지 저작물을 ‘자유 공유’ 하는데 가장 범용적으로 쓰이는 자유저작물 라이선스라고 할 수 있다.

자유저작물 라이선스들의 적용 방식을 개략적으로 말하면 이렇다. 독점적 저작권 체계 하에선 특정한 저작물을 ‘재이용’ 하려면 저작권자와 명시적인 허가를 맺어야 하며, 그 허가를 따내기 위해 상당한 돈을 소모할 수 있다. 그리고 설령 어떠한 허가가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이 허가 원저작자와 계약을 맺은 한 개인/단체에게만 허용이 된 것이며, 다른 개인/단체는 또 (상당할 수 있는) 돈을 소모해가며 일일히 허가를 받아야 한다. 게다가 원저작자가 어떠한 허가도 내줄 생각이 없다면, 더 이상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자유저작물 라이선스는, 그 저작물의 원저자가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 공개적으로 자유저작물 선언을 하면, 잠재적인 모든 재이용자들은 원저작자가 설정한 조건 하에서 이 저작물을 자유로이 변형, 개작, 재배포할 수 있으며, 그 조건을 준수하는 한에서는 별다른 서면 및 기타 방식으로의 허가를 받지 않더라도 이미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위키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를 적용하고 있다. 베른 협약에 의하여 위키에 작성된 글들은 따로 명시하지 않더라도 모든 저작권은 글을 쓴 사람에게 귀속된다. 그런데 ‘불특정 다수의 편집’을 전제로 하는 위키에서는, 독점적 저작권 하에서는 타인의 글을 고쳐쓰는 것은 ‘저작물의 무단 재이용’으로 불법이 된다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기 때문에, ‘저작물의 개작, 재배포’를 허용하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를 적용함으로서 이 난제를 회피하려는 것이다. 물론 위키에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가 필수요소인 것은 아니다. CCL 없이도 사이트 내 자체 약관과 법적 계약을 통해서도 ‘여기에 기여한 글에 대해서, 타인이 이 글을 고쳐쓰는 것을 허용하며 이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할 수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CCL을 적용하는 것이 현존하는 자유저작물 라이선스 체제 하에서 가장 ‘손쉽고 대중적인’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여기서, 자유 공유를 위한 CCL의 비자유적 역설 첫 번째가 발생한다. CCL은 본래 ‘해당 저작물을 만든 원저자’가 선언하는 것으로 전제되었고, 그렇게 만들어졌다. CCL이 유명해졌기 때문에 몇몇 블로그 시스템이나 이미지 업로드 사이트는 사이트 자체적으로 유저가 CCL을 선택할 수 있는 메뉴를 제공하며, 그런 시스템이 없더라도 이 라이선스를 아는 유저가 직접 자유 배포 선언을 하기도 한다. 이런 곳에서는 유저는 자신이 만든 컨텐츠를 ‘선택적으로, 어떠한 강요 없이’ 라이선스를 선언하며, 그것이 로렌스 레시그가 생각한 본래 의도에 가장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위키에 적용된 CCL은 위키의 글이 존재하기 이전에, 이미 위키라는 사이트를 설립한 사람이 먼저 선언한 것이다. 그리고 위키를 이용하는(여기서는 위키의 글을 작성하는) 사람은 타인이 이미 사전에 설정한 CCL을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 물론 CCL은 ‘저작자가 아닌 타인이 강제로 선언할 수는 없다’. 단, 해당 위키 사이트의 약관에 의해서,

당신이 작성한 내용을 저장하겠다고 버튼을 누르면, 당신은 이 글을 우리 위키가 선언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의 모모한 조건으로 배포하는 것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되며, 이 동의는 철회할 수 없다.

일 뿐이다. 즉, 위키 사이트와 운영자는 위키 이용자로 하여금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를 선언할 것을 강요’ 하며, 이 강요를 받지 않는 방법은 위키에 글을 쓰지 않는 것 뿐이다. 결국 위키에서 CCL은 로렌스 레시그가 본래 생각했던 ‘원저작자의 자유로운 선언’과는 일정부분 동떨어진, CCL이 마치 ‘약관 계약서’처럼 이용되는 것이 비자유적 역설이다. 약관에 거부할 자유는 있다. 다만 거부하면 그 서비스 자체를 이용할 수 없는 것 뿐이다.

CCL의 비자유적 역설 두 번째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위키가 CCL을 사용한다면, 한 위키의 글(CCL의 자유저작물)을 다른 위키로 퍼가는 것은 자유롭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혀 자유롭지가 않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를 만든 로렌스 레시그는, 저작자의 선택권을 존중해서인지, CCL의 선언 범위를 비교적 상세하 조절하고 선택지를 여러 가지로 제공한다. 일단 (저작재산권과 별개이며, 그리고 대한민국 법상으로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으로 전제된) 저작인격권에 의해서 ‘이 저작물을 누가 만들었는가’를 표기할 의무인 저작자표시(BY)는 거의 필수이고1단,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가 선택사항이 많다는 것 때문에, 저작자가 원한다면 이 저작자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선언마저도 가능하다. CC0 퍼블릭 도메인 선언이 그것이며, 이것을 선언하여 저작자는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저작재산권과, 일체의 저작인접권을 포기할 수 있다. 본문에서는 한국 저작권법에서는 저작인격권은 포기될 수 없는 권리로 선언되어 있는데, CC0 퍼블릭 도메인 선언은 ‘저작물과 관련된 모든 권리를 포기하며, 현지 법에 의거해 포기가 불가능할 경우 권리를 행사하지 않겠다’는 선언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 재이용자가 저작물을 영리적으로 이용하게 허락할 것인가/아닌가의 여부, 개작을 완전히 자유롭게 허가할 것인지/개작을 허가하되 개작된 파생 저작물도 CCL  선언의 의무를 지울 것인지(동일조건변경허락) / 개작을 금지할 것인지의 선택지가 그 다음에 따라붙는다. 대부분의 위키는, 대부분 이 두 가지 CCL 유형을 따르고 있다.

1)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BY-SA)

2)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BY-NC-SA)

전자의 경우는 한국어 위키백과, 리브레 위키가 대표적이며, 후자의 경우 리그베다 위키와 그 데이터베이스를 도둑질포크해간 수많은 (존재하고 있거나 존재했던) 포크 위키들이 그러하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두 라이선스는 서로 호환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며, 따라서 한국어 위키백과-나무위키의 게시물은 서로 호환되어 게시될 수 없다(글쓴이 본인이 양쪽에 기여하는 것을 허용하여, 저작물에 이중 라이선스 정책을 펴지 않는 이상 말이다) 이는 ‘저작물의 자유로운 공유’가 제약되고 있는 것이며, 자유 공유를 위해 만든 CCL이 역설적으로 저작물의 공유를 금지하는 법, 제약사항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것이 비자유적 역설 두 번째이다.

필자는 이것을 ‘비자유적 역설’이라고 말했지만, 이 비자유적 역설은 위키의 근본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따라 나오는 반동이라고 볼 수 있다. 가령, 비자유적 역설 1번을 해결하겠다고 위키가 단일한 CCL을 강제하지 않는다면2나무위키의 경우에는 사이트 내 이미지, 삽화의 경우에는 CCL을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고 심지어는 퍼블릭 도메인, ‘비자유 저작물’ 선언까지 가능하지만, 나무위키의 주된 내용인 텍스트만큼은 반드시 BY-NC-SA 2.0 대한민국 규약을 따를 것이 강제되어 있다. 위키백과의 경우에도 이미지 라이선스는 ‘자유저작물’로 간주되는 범위 하에서는 자유로운 선언이 가능하지만 역시 텍스트는 단일 라이선스이다. 이 위키는 제각기 서로 다른 라이선스, 심지어는 비자유 저작물 글까지 넘쳐날 것이고, 비자유 저작물을 쓴 위키 이용자는 ‘이것은 나의 독점적 저작물이니 수정을 금한다’라고 위키 내의 ‘불변의 구역’을 선언하기 시작한다면 이것은 위키라고 부를 수 없다. 니코니코 대백과와 같은 ‘위키 형식이지만, CCL을 사용하지 않는 곳’에서도, 자체 약관을 통해 이용자의 글이 불특정 다수에 의해 개작, 삭제될 수 있으며 이것에 동의하라고 약관으로 선언한다. 비자유적 역설 2번은, 비자유적 역설 1번에서 파생되어 나오는데, CCL은 처음 만들어질 떄부터 상호 호환되지 않는 조건들이 있음이 전제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