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정 날짜 : 2019/08/07

앞선 이야기에서 필자는 블록체인 기반의 위키인 에브리피디아에 대해서 분석해 보았다. 에브리피디아는 지금까지의 위키와는 확연히 다른 구조를 보여 주었다. 지난번 글은 구조적인 분석에 대해서 주로 적었지만, 이번에는 실질적인 이야기를 적고자 한다. 그러기에 앞서서 이 글에 대한 반응 몇 개를 짚어 보겠다.

1. 에브리피디아는 다른 위키가 가진 운영 참여율 저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2. 에브리피디아의 유저는 자신의 재산을 투자한 투자자이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 위해 합리적으로 위키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3. 일일히 사안에 대해 투표를 하는 방식에 대한 번거로움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토큰을 위임함으로서 해결할 수 있다.
4. 에브리피디아는 검토된 판이 아니며 모든 수정사항은 즉시 반영되며 투표에서 부결되면 편집이 되돌려진다.
5. 자신의 의견을 돈까지 써가면서 관철하느니 개인 사이트를 파는 게 더 효율적이다.

그래서 하나하나씩 정리해 보자.
기존 위키커뮤니티의 문제점으로 오랬동안 논의되어 왔던 주제는 운영에 대한 참여율 저조 문제이다. 위키를 열람하는 사람 중 극히 일부만이 편집을 하고, 편집자 중 극히 일부만이 토론에 참여하며, 토론자 중 극히 일부만이 운영에 관심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자산을 투자해야만 편집이 가능한 에브리피디아는 자산을 투자한 이상 수익을 얻기 위해서 운영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투표에서 승리할 시 보상이 주어지는 시스템과 연계된다.) 그리고 유저가 모든 사안에 일일히 투표를 하는 것은 번거롭기 때문에 자신의 투표권을 위임하는 선택지가 추가될 것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상호모순적일 뿐더러 설계대로 운영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현실의 주주총회를 생각해 보자. 집단이 첨예하게 나뉘어서 캐스팅 보트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극히 일부의 경우가 아닌 이상 개미들의 의견은 무시되며, 개미들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회사의 운영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리고 회사가 병크를 터트릴 경우 분통을 터트린다.) 그렇기 때문에 적은 지분율을 가지고 있는 개개인은 크게 운영에 있어서 변수로 생각되지 않는다. 주식을 IQ토큰으로, 주주를 IQ 투자자로 치환하면 상황이 유사해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분의 집중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가정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주주에게 큰 편차 없이 지분이 분배된 기업은 극히 없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협동조합이 대두된다는 점에서 이 모델은 문제가 있다.

그리고 토큰 위임은 지분의 ‘탈중앙화’라는 것을 해결하는 방향이 아니라 오히려 중앙화를 가속시킨다. 만약에 목소리를 내기에 충분한 지분을 가진 ‘큰손’ 이 있다면 이 사람은 투표에서 승리할 확률을 높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IQ토큰 수익을 얻기 위해서 이 사람에게 토큰을 위임하는 사람이 생길 것이다. 이것은 양의 피드백을 유발해서 소수의 큰손들에게 발언권이 집중된다. 탈중앙화를 표방하는 곳에서 중앙권력이 생기는 것이다. 토큰 위임을 하지 않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사안에 있어서 단기적 수익을 위해서 의견이 큰 쪽에 몰리기 마련이다.

만약 이들이 완전하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을 내려고 한다면 단순히 큰손을 따라가기 보다는 합리적인 판단을 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모든 사람이 장기투자자일리는 만무하고 그렇게 장기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의 비중도 있다.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이 다수라고 할지라도 이들이 개미인 이상 큰손들과 싸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래리 생어라는 사람은 1인 1표제와 같은 협동조합식 시스템을 주장한다고 하지만, 이는 두 가지 문제점을 가진다. 첫번째는 실현 가능성이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특성 상 지분을 많이 가진 사람이 발언권이 강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자신의 지분의 가치를 낮출 1인 1표제 도입에 대해 회의적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현재 지분의 다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집단이 합의해서 간다면 이는 실현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두 번째 문제를 야기한다. 동원계정 및 다중계정의 문제이다. 이렇게 되면 여러 계정을 소유하는 것이 발언권 증가를 말하기 때문에 다중계정과 동원계정을 사용해서 지분을 늘리거나 이를 악용하는 계정이 생겨난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누구인지를 판별하는 상황으로 가는데 이는 기존의 위키커뮤니티가 가진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는 저번 글에 에브리피디아가 검토된 판을 사용한다고 말했지만 결론적으로 내 의견을 틀렸다. 편집은 즉시 게시되며 투표를 통해서 되돌리기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문서 갱신의 효율성은 좋아지나 반달리즘에 노출된다. 에브리피디아는 다른 위키처럼 즉각적인 되돌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반달리즘의 영향은 오랬동안 남게 된다. 이를 해결하려면 6시간(패치 후에는 12시간)을 기다려서 투표가 종료되길 기다리거나, 수동으로 반달리즘을 지우는 편집을 해야 한다. 극초창기 나무위키나 리그베다 위키가 이런 방식으로 반달을 대처했지만  상당히 번거롭고, 무엇보다도 그 문서에 관심이 있는 사람보다 반달이 가진 지분이 많으면 투표에서 이긴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여기까지 4가지 반응에 대해서 살펴 보았다. 이제 마지막 반응에 대해서 짚어 보자. “자신의 의견을 돈까지 써가면서 관철하느니 개인 사이트를 파는 게 더 효율적이다.” 이것은 모든 위키들의 숙제이다. 이것과 관련된 주제는 글이 길어지니 바로 다음 글에 이어서 쓰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