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정 날짜 : 2019/08/09

위키는 기본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편집을 전제로 하나, 무제한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편집을 개방한다면 잠재적으로 반달리즘에 노출된다는 점에서 어느 위키던 간에 일정한 제한을 두게 된다. (이것에 대해서는 이 글을 먼저 참고하는 게 좋다.)

하지만 이 글은 반달리즘에 관한 글이 아니다. 어떤 위키에서는 오래 활동했거나 활발히 활동하는 사람에게 발언권이 강해지는 경우가 있는 반면에, 어느 위키에서는 어떤 사용자건 간에 발언권을 평등하게 보장하려고 애쓴다. 그리고 어느 위키에서는 운영자의 목소리가 크게 반영되는 반면에, 다른 위키에서는 운영자는 유저의 요청을 받아서 권한을 사용하는 구도로 정착되어 있다. 이것은 위키마다 명확한 차이가 있다.

필자는 이것을 엘리트주의 중심과 대중주의 중심으로 나누는데, 먼저 밝히고자 하는 것은 이 두 가지 사상은 장단점이 있고 한 사상이 다른 사상에 대해서 압도적으로 유리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 원리에 의하면 엘리트주의는 기피되고 타도되어야 하는 것이 압도적으로 옳지만, 위키에서는 그 작동이 일부 다르다는 것이다.

우선 엘리트주의부터 설명해 보자. 이 사상은 위키에서는 의견을 만드는데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고, 이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좀 더 많은 권한을 주어야 하며, 문서 서술에 있어서도 이들은 우선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대중주의는 위키에서 의견을 만드는 데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있을지라도 다른 사람들도 그와 같은 권한을 가지고 활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중주의는 엘리트주의에 대해서 불평등한 구조는 계층의 고착화를 발생시키고, 특정 계층이 가진 사상이 위키에 우선적으로 반영되어 위키 문서의 총체적인 왜곡과 불평등 문제가 생긴다고 주장한다. 또한 엘리트주의적인 구도 안에서 활동하는 ‘의견 주도자’들 자체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문제로서는 ‘친목질’을 언급하는데, 의견 주도자들이 자체적인 집단을 형성하여 자신 집단과 반대되는 사람들을 배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권한을 나눠 가져서 커뮤니티를 꾸려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엘리트주의는 대중주의의 한계점을 지적한다. 니트페어리에서는 이 글에서 주요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대중은 책임감을 비롯한 ‘주권자 의식’이 없으며 실질적으로 위키의 운영에 참여하려는 의지가 없고, 악의적인 ‘트롤링’까지 허용할 수 있는데다가 위키에 익숙하지 않는 그들이 적는 ‘쓰레기 문서’들이 위키를 더럽힌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키 운영에 대해서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일부 집단이 위키를 운영해야 한다는 점이다.

두 주장은 모두 맞고 모두 틀리다. 리그베다 위키의 경우를 볼 때 특정 집단이 형성되면 그 집단을 근거로 ‘친목질’의 폐해가 발생하는 것은 실례로 나타나 있다. 그리고 이 구도가 문서에 즉각적으로 반영되는 사례가 다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에 반대하여 정책을 구성했던 나무위키의 경우, 운영 관련 논쟁에 피로감을 느낀 유저들이 토론 참여를 기피하는 현상과 운영자에게 여론을 몰아주는 현상 등이 발생했었다.

반면에 각각의 주장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엘리트주의의 경우에는 ‘주도 집단’을 어떻게 설정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만약 집단이 ‘운영자’로 한정된다면 여타의 커뮤니티 사이트들과는 크게 다르지 않은 운영이 가능하지만 위키 시스템 자체가 컨텐츠를 유저가 생성한다는 점에서 이들을 무작정 통제하는 것이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킬지는 의문이다. 만약에 일정한 기간 이상 활동한 사람들을 ‘엘리트 집단’으로 넣는다면 연공서열의 문제가 발생하고 엘리트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 사이에 모호성이 생기게 된다. 또한 ‘엘리트 집단’의 범위를 외부 요인으로 잡는다면 위키 시스템 특성 상 ‘용인 가능한 차별’ 범위에서 벗어나게 되기 때문에 추가적인 논쟁의 가능성이 주어진다. 그리고 ‘엘리트 집단’이 불변한 집단인지 유동성 있는 집단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반면 대중주의의 경우에는 유저의 운영 참여 활성화와 건강한 공적 영역의 형성 방법을 끊임없이 논의해야 한다. 운영 측면에서 잦은 논쟁화 트롤링이 일어난다면 이는 곧 유저의 운영 피로감으로 이어지고, 엘리트주의에 찬성하는 유저 비율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정 소집단이 과다대표되거나 여론을 호도하는 ‘친목질’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일정 정도 필요하다. (물론 이 해결책에만 모든 것을 집중하면 디시인사이드식 익명화로 이어져서 파국으로 흘러간다.)

대중주의와 엘리트주의 중 어느 것이 더 나은지에 대해서는 확언할 수는 없지만, 실제 사례로서 볼 수 있다. 위키백과는 명목상으로는 대중주의를 표방한다고 할 수 있는데, 대중이 문서를 무분별하게 편집한다면 문서의 정확성을 보장할 수 없다며 (위키백과 운영에서 배제된) 래리 생어가 설립한 ‘시티즌디움’의 사례가 있다. ‘전문가 집단’에 의해서 작성된다는 이 위키는 컨텐츠 및 인지도 부족 등의 이유로 망했고 그 후 래리 생어가 이런 사이트에서 ‘코인충 짓’을 하는 것을 보면 과도한 엘리트주의는 경계되어야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에 대책 없는 대중주의도 문제를 야기한다. 초창기 나무위키는 위에 말한 사유로 운영자에게 여론이 집중되는 모양새가 되었고, Umanle S.R.L이란 신원불상자(기업)에게 매수된 뒤로부터는 권위적인 운영에 질린 편집자들이 떠나거나 무작정 ‘사측’ 운영자의 행동을 찬양하는 속칭 ‘나뮈병’이 설치는 등 엘리트주의 모델로 회귀한 것을 보면 차분한 논의와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