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정 날짜 : 2019/08/10

위키 입장에서는 다양한 글이 쓰여지길 바라고 알찬 글이 늘어가면 늘어갈수록 좋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위키는 유저들의 편집을 유도하기 위해서 고민한다. 예를 들면 편집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지식이나 경험이 필요한 것들이 있다. 이런 문서들은 보는 입장에서는 어떤 것이 부족한지는 알 수 있으나 부족한 내용을 채우기 힘든 것들일 수도 있다. 그것이 아니면 위키 전체적으로 특정 분야에 대해서 관심을 유도하거나, 많은 위키러들이 필요한 작업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위키들은 사람을 모으기 위한 수단으로서 여러 가지 방법을 논의하는데 예를 들면 리그베다 위키에서의 ‘이런 글이 필요하다’가 있다. (이것은 리브레 위키에 그대로 계승되어 있다.) 보는 입장에서는 필요해 보이지만 누구도 적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던 글이기 때문에 공개적인 자리에서 언급함으로서 ‘이 문서를 적어 줄 위키페어리는 누구인가!’라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사실 이것보다 약간 더 정교한 것은 위키미디어 재단 소속 위키에서 보이는 ‘위키프로젝트’ 이다. 특정한 주제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논의를 해 보자는 것이다.

위키프로젝트는 작성자가 특정 주제에 대해 문서를 만드려고 할 때, 문서 내에 어떠한 내용을 넣을 것인지, 적합한 내용인지 등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동일한 주제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용자들끼리 의견을 교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위키프로젝트는 분야별로 문서 작성에 대해 정보를 주고 받으며 지침을 만들기에도 유용합니다. 또한 각 위키프로젝트 토론창은 그 분야에 대해 상담 · 질문 · 토론 등을 하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전혀 활발하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위키프로젝트를 통해 문서에 대한 논의와 필요한 문서들을 공동작성하는 등의 활동이 일어나고 있으며(이는 에디터톤과도 연계된다) 각종 행사에서 프로젝트의 성과와 제언을 발표하는 일도 빈번히 일어난다.

우리가 말할 나무위키 프로젝트는 이 위키프로젝트의 일종의 데드카피이다. 나무위키 프로젝트는 나무위키의 임시 관리자였던 youstink의 개인적인 프로젝트로 시작했는데 (당시 임시 관리자는 사이트 주인의 대리인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 취지도 위키프로젝트와 비슷하다. 특정 분야를 골라서 공동작성해 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의 양상은 위키프로젝트와 달랐다.

위키프로젝트는 위에도 언급했듯이 주제에 대한 토의를 활성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제에 대한 일반적인 합의점을 찾은 다음 그걸 기반으로 공동작성해 보자는 것이다. 물론 이 결과는 프로젝트와 관련 없이 활동하는 유저들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음은 물론이다. (규정화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나무위키 프로젝트는 ‘해당 주제의 문서 작성과 실적’을 위주로 운영된다.

위키프로젝트는 활동이 저조하다고 해서 무조건 해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무위키 프로젝트는 한달 주기로 활동이 저조한 프로젝트를 해산하는 과정과 이에 대한 복잡한 절차들이 있다. 그렇기 위해서 억지로라도 활동을 해야 하는 셈이다.

물론 이것 자체는 활동을 격려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무위키 프로젝트’는 다음 몇 가지 사안 때문에 이것이 나쁜 방향으로의 시너지를 주었다.

우선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졌거나 수정된 문서는 거의 대부분 특정한 틀이 붙는다. ‘이 문서는 XX 프로젝트에서 다루는 문서입니다 같은 틀이 붙는데 이것은 상당히 다수의 문서로 퍼져서 어느 주제의 경우에는 거의 모든 문서에 저런 틀이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틀을 붙이면 이것은 마치 ‘이 프로젝트의 영역이니 다른 사람들은 간섭하지 마라’라는 메세지를 주거나 ‘이 문서는 우리가 우선권을 가진다’라는 문서 사유화와 같은 인상을 주게 된다.

그리고 프로젝트에서 결정한 사안은 관련 없는 편집자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특정한 템플릿을 만들고 이 규격에 따르지 않는 서술은 즉각적으로 수정되는 셈이다. 차라리 광범위의 토론에서 주제를 제기했으면 어느 정도의 정당성은 부여되었지만 프로젝트에서 결정된다는 것은 프로젝트 참가자들의 어찌보면 ‘밀실 합의’가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일부 프로젝트에서 결정한 대로 문서가 작성되는 것은 일종의 ‘템플릿’을 강요한다는 것으로서, 특정 문서군의 획일화를 불러왔다. 어떤 틀에 맞추어서 문서가 작성되기 때문에 엔하계 위키의 장점 중 하나인 다양성이 훼손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특정한 분야가 아닌 위키 전체적으로 적용되는 것인데 예를 들면 한때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엔하계 위키 표현 개선 프로젝트’ 같은 경우에는 위키 전체적으로 특정 서술을 검열하는데다가 그 기준이 프로젝트 참여자들의 자의적이라는 것에 문제가 있다. (이런 행위의 결과물이 옳은지 아닌지는 이 글에서 이미 논했으니 굳이 거론하지는 않도록 하자.)

그리고 ‘문서 표준화’나 ‘문서 규범화’ 같은 프로젝트들이 생성되어서 비슷한 과정으로 문서들을 검열하고 있다. 더한 점은 사용자 토론에 메세지를 남기는데 “XXX 프로젝트에서 왔습니다. 당신의 서술을 XXX 프로젝트에서 XXX한 것이므로 수정하시기 바랍니다”와 같은 알림을 잔뜩 날리는 것을 볼 수 있다. 과연 이들이 다른 사용자들에게 저런 메세지를 보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이 좀 더 일반적인, 위키 전체적인 합의가 있었다면 ‘좀 이상한 자경단’ 정도로의 인상을 주었겠지만 특정한 내집단에서 자의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이것이 문제임을 쉽게 추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프로젝트 활동이 관심을 잘 가지지 않았던 분야의 문서 편집을 독려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내부적으로도 몇 가지 논쟁을 거쳐서 상술한 문제점 중 일부는 수정되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점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규정화됨으로서 비잔티움식 관료제적인 모습을 만들어내는 점에서는 비판의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