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정 날짜 : 2019/08/07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를 만들고, 그 공동체들이 또 다시 모여 하나의 공동체 연합을 만드는 것은 낭만적인 일이다. 세계대전의 참화 이후 국가간의 평화를 보장하고 이해관계을 조율하기 위한 국제기구인 ‘UN’이 생겨났고, 유럽에서는 훨씬 더 긴밀한 국가간 협력체인 ‘유럽연합’이 만들어졌었다. 그리고 좀 더 소시민적인(?) 측면으로 가면 연합체는 고만고만한 ‘것들’이 조금이라도 세를 불려 보고자 ‘이놈 저놈들이 뭉쳐서’ 체급이라도 키워 보자고 나타나기도 한다. 괜히 한국 정치계에서도 합당, 합당 논의가 괜히 나오는거 아니다.

위키계에서도 일부 사용자들은 위키간에 연합체와 협력체를 구축하려고 한다. 이 글에서는 가장 성공적인 위키 연합체의 사례를 NIWA로 잡고 있다. NIWA는 닌텐도 게임 관련 위키들의 연합체이다. 포켓몬 시리즈만을 다루는 불바피디아, 마리오 시리즈만을 다루는 슈퍼마리오 위키, 녹색 옷 입은 애를 다루는 젤다 위키 등 10개가 넘는 닌텐도 게임들의 위키들이 하나의 연합체 안에 들어가 있다.

한국에서도 일부 위키 운영자들이 ‘위키 연합체’를 시도한 적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사이트가 있었는지도, 연합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실패했다는 것이다. ‘군소위키 연합’이라는 오사위키의 시도가 그것이었다. 오사위키의 운영자 D모는 위키올, 유니위키의 찬성을 얻어 군소위키 연합을 발족했던 ‘적이 있었다’.

이 글에서는 NIWA를 성공적인 위키의 연합체의 모델로 두고, 군소위키 연합을 실패한 위키의 연합체 모델로 비교분석할 것이다. 그렇다면 NIWA는 왜 성공하고 군소위키 연합은 실패했는가?

연합을 위해서는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연합을 위한 연합은 실패한다.  ‘소시민적인’ 연합체는 일단 체급을 불리고 보자는 목적이고, 위키 연합체의 경우 어떻게든 위키의 편집자를 늘리기 위해서 연합을 시도한다. 그러나 단순히 협력 선언만으로는 극소수의 ‘선의의 기여자’ 정도만이 다른 위키로 유입될 뿐 아무런 소득이 없다. 유저 입장에서 ‘연합을 했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며, 왜 그 사이트에 가야 하는가?’ 라는 물음에 전혀 답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NIWA의 경우에는 ‘닌텐도 게임에 대한 정보를 풍부하게 하자’는 대의명분이 존재하였다. 닌텐도 게임을 사랑하고 그 정보를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하는 닌텐도 팬들은 한국에도 많고 미국에도 더 많다. 그리고 NIWA의 홈페이지를 보면 알겠지만 NIWA 가맹 위키는 각각의 위키들이 다루는 범위가 명백히 설정되어 있다. 불바피디아는 포켓몬, 마리오는 마리오 시리즈, 젤다위키는 젤다인 것이다. NIWA 가맹 위키는 서로간에 인터위키(위키 문법을 통하여 위키 내를 이동하듯 바로 다른 위키로 링크해주는 기능, 한국에서는 애석하게도 N모 위키가 인터위키 문법을 몇 년째 추가하지 않고 있어 모르는 사람만 수두룩하다)를 사용하여 유기적으로 조직되어 있다. 가령 스매시 위키는 닌텐도의 여러 캐릭터들이 모인 대전격투게임 스매시브라더스 시리즈를 다룬다. 이 위키에서는 스매시브라더즈 시리즈의 격투 캐릭터로서 마리오, 루이지, 피카츄, 젤다 등을 다루지만, 이 캐릭터들의 원래 출신과 그 행적, 상세 정보를 다룰 때는 NIWA 소속인 다른 위키에 인터위키를 걸어준다. 그리고 그 반대의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렇게 하여 닌텐도의 여러 게임을 동시에 즐기고, 그 게임들에 대해 기여할 정보들을 갖고 있는 열성 유저들은 한 위키에서 기여하다가 자연스럽게 다른 가맹 위키로 넘어갈 수 있고, 그 게임의 정보를 다른 가맹 위키에 기여함으로서 NIWA 소속 위키들이 공동성장하는 성과를 이룰 수 있다. 하지만 군소위키 연합은 그저 ‘연합을 위한 연합’이었을 뿐, 연합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 다음에 논할 사항은 위키 연합체를 운영할 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이트 운영의 기초에 가까울 것이다. 위키를 비롯해 하나의 사이트를 개설하고 운영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그 옛날 ‘나모 웹에디터’가 존재할 때도 한 사이트를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어떤 문서를 만들어서 그것으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위키 사이트의 경우에는 위키백과처럼 정보를 제공하거나, 언사이클로피디아처럼 위키백과를 비꼰 유머집을 만들거나, N모 위키처럼 잡탕 싸움판을 만들던 간에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 만한 전문적인 기여자들을 필요로 한다.  나무위키와 그 전신인 엔젤하이로 위키->리그베다모 위키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건담 관련 정보로 시작하여 각종 ‘오타쿠’ 이야기들을 집약시켰고, 거기서 한발 더 넘어 각종 잡학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다(여담이지만 그 엔젤하이로 위키에서 처음으로 편집된 문서는 건담 문서가 아니라 ‘유사역사학’이었다). NIWA 가맹 위키의 경우 닌텐도 관련 게임들의 정보를 충실하게 다룬다. 가령 불바피디아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포켓몬을 넘어 데이터를 비정상적으로 뜯어야만 접할 수 있는 버그 포켓몬들인 ‘미싱노’들도 하나하나 그 종류를 분석하고 그 타입, 배우는 기술 등을 일일히 다 다룰 정도로 열성 포덕들의 기여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군소위키의 경우에는 애초에 만든 사람들부터가 중학생, 고등학생이었다. 그들이 무엇에 혹하여 위키를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애초에 그들이 뭔가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들의 능력상 미숙함 때문에, 이 사이트들은 생기자마자 얼마 되지 않아 내분, 싸움질에 말려들었고 군소위키연합은 해체되는 것을 넘어 현재는 사이트들 자체가 불미스럽게 문을 닫고 기억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