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정 날짜 : 2019/08/13

우리는 앞의 3개의 글을 거쳐서 블록체인 위키라는 새로운 형태의 시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봤다. 이 글에서는 가상화폐 구조가 어떻게 위키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 다루었고, 의사결정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서 설명했다. 이번에는 위키 그 자체보다는 위키커뮤니티에 초점을 맞춰서 설명해 보자. 하지만 그전에 그동안 어떤 점이 변했는지도 짚어 보도록 하자.

우리가 전 글을 다룬 후 에브리피디아는 2.0 업데이트를 했고, 그 내용에 맞게 전에 쓴 글에서 업데이트를 해 보자.

전 글에서는 21일의 투표를 거쳐서 문서 작성이 받아들여질지 말지를 결정한다고 했는데, 업데이트를 거친 다음에는 투표 기간이 유동적으로 바뀌었다. 좀 더 행위에 의한 보상을 빨리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토큰 위임 시스템이 추가되었다. 유저는 자신의 토큰을 특정 집단에 위임해서 투표 보상을 나눠가질 수 있다. 그리고 세번째로는 진입장벽의 완화인데, 처음에 EOS를 지불하여야 편집할 수 있었던 것에서 소셜 로그인 등의 방법으로 편집을 할 수 있고, 가입시 소정의 토큰을 줌으로서 유입을 용이하게 한 것이다. 그리고 네번째는 보상 방식의 변화인데, 위키의 입장에서 보상 방식을 논하는 것은 지극히 ‘코인충’ 적인 생각이라 논하는 것은 위의 세 글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투표 기간을 살펴보자. 투표 기간이 바뀌었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투표 기간은 빠르게 바뀌는 문서에 비해서 길다. 그리고 문서의 편집은 투표와 상관없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투표 자체는 보상을 위한 수단이 될 뿐 특정 편집에 대해서 논하는 ‘토론’의 의미로서는 부족하다. 만약 반달이 왔다면 투표로 취소시키기보다는 기존 위키와 똑같이 반달복구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토큰 위임도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토큰을 많이 가진 개인이나 사적 집단에서 금권을 행사하던 것을 재벌로 바꾼 것 뿐이다. 여전히 금권정치와 토론환경의 부재 문제는 남아 있고, 역으로 다수의 토큰을 확보한 특정 집단이 옳고 그름과는 상관 없이 보상을 싹쓸이할 수 있다는 점은 동일하다.

여기까지 업데이트된 내용을 짚어 보았고, 이제 본 주제로 들어가보자.

우리는 이 글에서 위키커뮤니티에 대해서 정의해 보았다. 크게 들여다보면 위키 문서와 위키커뮤니티는 서로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인데, 이런 피드백의 순환이 위키의 성장과 컨텐츠의 검증을 해오던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위키는 어느 정도는 커뮤니티적인 요소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이 곳이 다른 위키커뮤니티와 어떻게 다른가를 살펴봐야 한다. 우선 이곳에 커뮤니티적인 기능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비록 아웃소싱했지만 텔레그램 채팅방이나 레딧 같은 곳에서 소통 창구가 있기는 하기 때문에 이런 요소가 0은 아니라는 것이다.

위키커뮤니티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양쪽 사이의 일정한 상호 피드백이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이곳의 시스템은 이것을 이끌어내기가 힘들다. 우선 대전제를 구축하자면 위키커뮤니티는 위키러의 커뮤니티이다. 이 커뮤니티의 일원은 최소한 어떤 형태로든 간에 위키에 연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1꼭 편집자만으로 한정지을 필요는 없지만 많은 경우에서 편집자들의 커뮤니티로 보는 것이 편리하다.  그래야 위키와 위키커뮤니티 간의 상호 피드백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곳은 전형적인 위키커뮤니티와 작동 방식이 다르다. 바로 토큰 보상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토큰을 많이 얻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투표에서 다수파를 차지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소수파의 경우에는 보상이 0이 되기 때문에(이전에는 마이너스였다.) 토큰 담보 시간(그들은 이것을 ‘스테이킹’이라고 부른다.)을 감안하면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투표에서 최대한 많은 지분을 차지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개입되면 몇 가지를 추론할 수 있는데, 우선 편집의 경우에는 보상 비율이 일정하기 때문에 투표를 통과할 수 있다면 안정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반면 투표는 지분율로 나눠가지기 때문에 위에 말한 조건을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맹점이 있는데, 첫번째는 이 모델은 상호 소통 가능한 죄수의 딜레마 게임과 유사하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보상이 편집의 질에 따라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선 보상을 얻기 위해서는 모두가 찬성으로 투표하는 것이 유리하다. 왜냐면 모두가 찬성으로 투표하면 편집자는 편집자대로 보상을 받고, 투표자는 투표자대로 지분에 따라 보상을 받기 때문이다. (물론 압도적인 지분으로 반대표를 던져서 투표 보상을 싹슬이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방법을 택하기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잠재적인 어그로’가 끌리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편집이든간에 찬성으로 투표를 던지는 전략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물론 사전에 반대표 비중이 있는 투표에는 발도 들이지 않는 현명함도 필요하다.)

두번째는 보상이 편집의 질을 따라가지 않기 때문에 편집을 한다면 질 높은 편집을 하기보다는 단순한 문법이나 단어 수정 위주의 편집을 하는 것이 들인 노력에 비해 유리하다. 그렇기 때문에 다수의 문자 수정 위주의 편집을 하는 것은 이득을 얻는 데에 최적화되어 있다. 그리고 극단적으로는 위키 전체적으로 문법 수정 봇을 돌리는 방식으로 이득을 극대화할 수 있다. 반달성 편집이 아닌 이상 편집에 반대를 누를 명분이 적기 때문이다. (물론 물주가 있는 죄수의 딜레마이기 때문인 영향도 크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합리적인 보상 획득 방법으로는 물주를 영구히 뜯어낼 수 있는 모두의 협력의 장을 만드는 것이다. 편집자는 다수의 편집을 생성하고, 투표자는 찬성을 누르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의 전체는 봇으로 자동화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토론과 논의를 기반으로 한 기존의 위키커뮤니티 모델은 전혀 맞아들어가지 않는다. 거대한 수익의 장이 되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면 유의미한 편집의 수는 줄고, 토큰의 잠재 가치는 낮아지게 되어서 모두에게 결국 피해가 오지만, 사람들은 단기적 이익을 얻는 데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솔직히 장기적 투자를 고려할 만한 사람이면 코인질을 하겠는가?) 점차 파국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위키커뮤니티가 줄 수 있는 선순환이 무산된 것의 결과이다.

기존의 위키는 물질적인 보상에 초점을 맞추지 않기 때문에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보통 위키에서 ‘기여’라는 말을 하듯이 자신의 지식을 공공에 기여하는 것을 기반으로 오랬동안 자신의 글이 이어서 편집되고 회자되는 것이 일종의 자랑거리가 되는 식으로 보상을 주기 때문에 목표는 문서의 질과 양의 향상에 있고 위키커뮤니티의 선순환이 동작하게 된다. 하지만 물질적인 보상을 초점에 맞춘 위키는 위와 같은 구조를 만들 수 없다. 그나마 나은 선택은 초기에 충분한 양의 토큰을 준 다음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것이겠지만 이것을 받아들이겠는가?

또다른 문제도 있다. 일반적인 위키에서도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따로 논할 기회가 있곘지만, 기본적으로 에브리피디아는 영어 위키백과를 포크한 일종의 ‘포크 위키’ 이다. 포크위키의 특성상 문서 데이터는 가져왔지만 위키커뮤니티를 가져오지 못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글을 유지보수하는 것부터가 힘들게 되는 상황도 추가된다.

결국 이런 악순환을 의식하는지 IQ토큰의 가격은 우리가 저번 글을 썼을 때의 6원대에서 3.3원까지 떨어졌다. 반감기를 연상하게 되는 이 상황에서 앞으로 얼마나 더 떨어지는지도 볼만한 구경거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