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정 날짜 : 2019/11/09

니트페어리는 과거에 ‘당신들의 판단력은 어디로 갔는가’ 라는 글을 쓴 적이 있었고, 이 글에서 나무위키에 있었던 토론(‘정당 자유한국당을 극우라고 불러야 하는가?’)의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그 당시에는 ‘토론의 결론을 특정인에게 위임하는 사례’에 대한 폐해로서 해당 토론을 예시로 제시했지만, 이 토론에서는 또 다른 징후를 읽어낼 수 있다. 바로 ‘꼬리표 붙이기’이다. 물론 니트페어리는 정치평론가가 아니고 그런 지식도 갖추고 있지 못하므로 자유한국당이 극우인지, 아닌지 그 자체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꼬리표 붙이기’라고 붙이는 것은, 누군가를 극우라고 하거나, 극좌라고 하거나, 파시스트라고 하거나, 여하간 누군가에 대해서 특정한 속성을 의미하는 짧은 단어를 가져와서 A는 X다. 라고 하려는 모든 시도를 일컫는 것으로 잠정적으로 정의한다.

니트페어리에서 어떤 글이 써지기 전에도 미국의 법조인 마이크 고드윈Mike Godwin이 ‘고드윈의 법칙‘이라는 것을 고안한 바 있었다. 인터넷에서 논쟁이 격화되면, 곧 히틀러나 파시스트에 비유하기 시작하는 인신공격이 난무한다고 말이다. 이것도 일종의 ‘꼬리표 붙이기’라고 볼 수도 있다. 이 시점까지 논쟁이 가게 되면 논쟁의 대상에 대한 상세한 사례나열과 분석보다는 ‘대상은 히틀러인가 아닌가’ 가 주가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꼬리표 붙이기는, ‘부정적인 의미를 뜻하는 꼬리표’ 붙이기가 대부분이다. 고드윈의 법칙에 나오는 히틀러라든가, 극우, 극좌, 수꼴, 종북주의자 등 말이다. 긍정적인 의미의 꼬리표(개념인, 갓갓, 천사 등등)를 붙이는 것으로 일어나는 토론도 논리적으로 가능하기는 하겠지만, 대부분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경우는 드물다. 왜 하필이면 ‘부정적인’ 의미에서의 꼬리표 붙이기만 그렇게 자주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아마도 인터넷에서는 키배와 헐뜯기가 난무하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지만, 거기까지 분석하기에는 니트페어리의 능력이 부족할 것이다. 여하간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A는 X이다. 라는 의미의 꼬리표 붙이기와 그것을 두고 벌이는 논쟁이 위키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것과, 그 꼬리표는 대부분 수식대상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이라는 두 가지 사실에 대한 것이다.

니트페어리에 한해서 이런 꼬리표 붙이기에 대해 몇 가지 추론을 해 보자면, 꼬리표 붙이기는 이와 같은  심리적 효과를 준다.

  1. 꼬리표 붙이기는 간편하다. 우리는 파시즘, 히틀러, 수꼴, 극우, 극좌, 꼴페미 등에 대해서 기본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다. 서술대상 A가 구체적으로 무슨 발언을 했고, 그는 어떤 상황에 처했으며, 그 맥락은 어떻게 해석될 수 있으며, A의 발언이 지목하는 대상은 누구이며 그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해 일일히 정보를 수집하고, 그에 대해서 숙의를 거치며, 상세한 논평하는 행위는 대단히 머리아프다. 그러나 A는 파시스트, 히틀러, 수꼴, 극우, 극좌, 꼴페미 등이라고 말하면 간단하다. 그는 파시스트기에 파시스트짓을 한 것 뿐이다! 얼마나 편한가. 파시스트는 적이니까 없애면 간단하다.(역설적으로 그것이 파시즘에 가까운 정서일수도 있지만) 꼬리표 붙이기는 캔만 따면 마실 수 있는 사이다인 것이다.
  2. 꼬리표 붙이기는 심적으로 통쾌하다. 대부분 붙이려고 하는 꼬리표가 부정적인 내용이라는 것은, 곧 상대를 깎아내림으로서 자신을 (상대적으로) 그만큼 높이는 것이다. 이는 자신을 윤리적으로 그만큼 우월한 존재로 격상시키는 것이다. 꼬리표 붙이기는 자신이 손쉽게 윤리적 선함을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인 것이다.

래리 라우든이라는 학자는, 과학계에서 ‘구획 문제의 서거’를 말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우리가 합리성의 편에 서서 그렇게 간주된다면, 우리는 우리의 어휘에서 ‘유사과학’과 ‘비과학적’과 같은 용어를 버려야 한다. 이러한 용어들은 단지 우리에게 감정적인 역할만 하는 공허한 어구이다.”

니트페어리에 한해 감히 추론하자면, 래리 라우든의 ‘구획 문제의 서거’ 또한 과학계에서의 ‘꼬리표 붙이기’를 비판한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그는 ‘유사과학’이나 ‘비과학적인 것’이 과학계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소위 말하는 지적 설계나 천동설 같은 것을 과학이라고 옹호한 것이 아니다. 대신 그는, 가령 지적 설계라는 이상한 주장이 있다면 그 주장을 면밀히 검토하고 분석하여 ‘지적 설계는 A, B, C라는 주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의 주장은 D, E, F라는 오류를 범하고 있으며 이와 같이 반박할 수 있다’라고 반증하면 그만이지, 굳이 그것이 ‘유사과학’이라고 일일히 꼬리표를 붙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되려 ‘그것은 유사과학인가?’라는 물음에 얽매여서 ‘유사과학’이라고 꼬리표가 붙었으니 상대할 가치도 없다. 라고 하며 소위 말하는 ‘유사과학’에 대해 제대로 비판, 반박하지 못한 과학계의 책임을 비판했다. 래리 라우든의 ‘구획 문제의 서거’가 완전한 절대 진리는 아니며, 과학 및 과학철학자들 중에는 ‘구획 문제의 서거’에 대한 재반론이 존재하지만, 일단 니트페어리에서는 그의 ‘구획 문제의 서거’가 위키 커뮤니티에서도 변형 적용되어 유효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본다.

당신들은 A가 극우, 극좌, 파시스트, 히틀러라고 굳이 꼬리표를 붙일 필요가 없다. 대신 그에게 문제점이 있다면 그것을 자세히 분석하고 비판하면 충분하다. 그것은 상대적으로 ‘고구마’일지는 모르겠지만, 더욱 읽을만한 글이 될 것이며 소위 말하는 ‘정보성’도 충분할 것이다.

한국의 ‘엔하계 위키’는 특정인의 가치평가 및 감정을 토론에서 배제하지 않기에, 이와 같은 꼬리표 붙이기 문제가 자주 일어난다. 특히 정치적 분쟁일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 니트페어리가 이전에도 다룬 적 있는 사이비종교 문제 또한 꼬리표 붙이기와 무관하지 않다. 꼬리표 붙이기 때문에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꼬리표가 붙었다는 그 사실
  2. 꼬리표를 붙은 그 근거에 대한 문제

2번의 논쟁의 경우에는, 특정인이 ‘A는 X다’라고 판단한 것에 대한 사실/근거나 의견 자체에 대한 분쟁이므로, 이는 단순한 꼬리표 붙이기가 아니라, 좀더 포괄적인 주제를 두고 벌이는 토론(사실관계의 확인 또는 편집자의 의견/사상적 대립)이 된다. 이 경우에는 토론 결과에 따라 꼬리표가 붙었던 그 사실관계 내지는 의견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문서에 큰 변화가 있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꼬리표 붙이기’는, 1번 양상인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꼬리표가 붙게 된 어떠한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문제는 ‘A는 X다’라는 이 짧은 문장 하나를 붙이냐/마냐의 문제인 것이다. 이는 똑같은 사안을 두고도 그가 어떠한 지향을 가지고 있냐의 문제이며, 같은 사안을 두고 단지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가 부딛히고 있을 뿐이다. 결국 꼬리표는 많은 경우에 ‘자기자신의 프레임’을 과시하는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