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정 날짜 : 2019/11/14

(출처: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191108/98268548/1)

위키백과의 사실상 아버지인 지미 웨일스가 2019년 11월 초에 독일언론 ‘슈피겔’ 지에서 이와 같이 말했고, 그것을 한국 언론 동아일보에서 발췌 등재했다. 신문이 쇠퇴하는 것은 곧 위키백과에서도 위기라고 말이다. 아쉽게도 동아일보의 보도는 ‘위키(백과)의 작동 모델’을 설명하지 않고 단순하게 신문의 위기→ 위키백과의 위기라고 적었는데, 여기에는 위키백과의 구조적 모델을 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위키미디어 재단 차원에서 위키백과는 3차 저작물이라고 불가역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위키백과의 어느 지역 언어판을 이용하는, 그 위키커뮤니티의 유저가 만장일치로 이 선언을 어기기를 원한다고 해도 재단은 그들의 총의를 무시한다는 것이다(한편 이와 같은 구조는, 위키백과가 본질적으로 ‘인터넷 민주주의’가 아님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3차 저작물’이 있으면 당연히 ‘1차/2차 저작물’도 있다. 1차 저작물과 2차 저작물의 뜻은 다음과 같다.

○ 1차 저작물: 1차 저작물은 ‘Original Work’라고 할 수 있다. 가령 위키백과에서 특정한 책에 대해 서술한다면, 그 책을 다루는 1차 저작물은 바로 그 책 자체이다. 그리고 어떤 인물에 대해서 서술한다면, 그 인물의 행동과 발언 자체가 바로 1차 저작물이 된다. 어떤 대상에 대해 서술함에 있어서 그 자신이 바로 1차 출처인 것이다.

○ 2차 저작물 : 2차 저작물은 1차 저작물에 대해 정리하고 분석한 자료들이다. 가령 특정한 책에 대해서라면, 그 책에 대한 연구물, 서평, 언론에서의 언급 등이 2차 저작물이 된다, 그리고 특정한 인물에 대해 서술한다면 그에 대한 언론보도 등이 바로 2차 저작물인 것이다.

위키백과가 스스로를 정의하는 용어인 3차 저작물은, 위키백과의 내용은 1차 저작물과 2차 저작물의 내용을 발췌 및 정리한 것이라는 뜻이다. 위키백과에 대한 대중적 인식인 ‘출처를 까다롭게 따진다’ 라는 것은 바로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니트페어리의 과거 글에서 길게 적었듯) 위키백과의 ‘중립적 관점’이라는 절대불변의 정책(그렇다, 중립적 관점NPOV 또한 위키미디어 재단 차원에서 그 어떤 총의로도 절대 바꿀 수 없는 정책으로 선언되어 있다) 또한 바로 위키백과의 ‘3차 저작물’ 모토에서 유도되는 것이다. 가령 나무위키 식으로 임의적으로 가치평가 및 논평을 한다면, 그 내용은 비록 1차/2차 저작물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하더라도 그 가치평가나 논평은 1차/2차 저작물의 내용을 정리하고 인용한 것을 떠난 ‘독자적인 내용 – 즉 위키백과에서 창작된 내용’이 되기에 위키백과에서 정의된 3차 저작물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위키백과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내용’이면 무엇이든 출처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만일 그렇다면 제대로 된 내용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찌라시들이 난무하여 ‘신뢰성이 저하’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키백과에서는 ‘인용할 수 있는 근거’에 대해서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가령 영문판 위키백과의 ‘Reliable Sources – perennial sources‘ 라는 페이지는 수많은 ‘언론’ 들에 대해서 ‘이 언론은 믿음직함 / 신뢰성에 대해 총의가 정해지지 않았거나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함 / 대체적으로 믿음직하지 않음 / 출처로 사용하는 것이 금지됨 / 스팸 필터에 의해 링크 금지됨’의 5단계로 판정하고 있다. 그래야만 위키백과의 글이 ‘최소한의 믿음직한 글’이 되기 때문이다.

(재미있게도, 이 페이지에서는 위키백과 및 위키미디어 재단 산하 사이트 스스로를 Generally Unreliable – 대체적으로 믿음직하지 않음 – 으로 분류해 놓았다. 그 이유는 너무 뻔해서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지금 이 부분에서 지금까지 쓰여진 부분에서 ‘주로 언급된’ 키워드가 무엇인지 분석해 보는 것을 권장한다. 그리고 그렇게 한 독자가 있다면, 이 글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언론임을 알아챘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위키백과, 그리고 심지어 나무위키마저도 출처가 필요할 때는 상당부분 언론에 의존하게 된다. 실은 위키백과에서 인용되는 ‘1차/2차 저작물’의 상당수가 바로 언론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신뢰 가능한 자료에는 논문이나 전공자의 저작 등이 있지만, 그것들은 대단히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논문은 일단 ‘언론처럼 인터넷에서 공짜로 볼 수 있게’ 공개되어 있지도 않으며, 논문이 매일 집 앞으로 배달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논문의 내용을 ‘이해’ 하기 위해서라도 전문 지식이 필요해지는 것이 사실상 상식이나 마찬가지이다.

지미 웨일스의 ‘이상적인 위키백과 모델’ 에서는, 불특정 다수가 위키백과의 글을 가꾸면서, 자발적으로 자신의 재능을 기여하는 ‘전문가’들이 그 글의 신뢰성과 정보성을 더하는 것이 계획이었겠지만1참고로 말하자면, 여기서 ‘전문가의 검토와 교열’부분에 집중하여, ‘전문가들이 모든 서술을 비평, 검토후 교열하여 위키백과보다 더욱 신뢰성 있는 위키를 만들자’고 한 위키 사이트가 하나 있다. 그곳은 ‘시티즌디움’이라는 곳인데, 안타깝게도 활동적 편집자 수와 문서 수를 보면 이 ‘시티즌디움’의 기획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시티즌디움을 기획했던 ‘래리 생어’라는 사람은 ‘에브리피디아’라는 블록체인 위키를 자랑스럽게 시도했지만, 그것 역시 성공하지 못했다는 게 함정이다. 현실적으로 그 정도 지식을 가진 박사, 교수 등은 대부분 연구 실적으로도 인정되지 않고, 게다가 경제적으로도 이득이 되지 않는 위키백과 편집은 거의 하지 않는다. 차라리 그들이 가진 고가치 정보를 ‘돈을 받고 독점적으로 제공’ 하는 것이 더욱 이득이 될 수 있다. 위키백과는 CCL에 의해 ‘불특정 다수가 마음대로 편집하는 것이 허용’ 되어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유사하고, 문제점 또한 동일하게 가진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또한 많은 경우에는 영리적 댓가를 지불받지 못하며, 자발적인 ‘불특정 다수의 코드 기여자’가 없다면 결국 아무도 신경쓰지 않아 버려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키백과의 ‘신뢰 가능한 출처’중에서 가장 쉽고 접근하기 쉬운 ‘언론 기사’가 위키백과 출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이다. 위키백과 유저의 상당수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미 웨일스가 걱정하는 대로 ‘언론이 쇠퇴’ 하는 것은 ‘신뢰 가능한 출처의 대다수 원천’이 쇠퇴하는 것이기에, 위키백과에 적을 수 있는것도 그만큼 쇠퇴하는 것이고, 그것은 곧 위키백과의 쇠퇴이다.2여기서 일단 언급하자면, ‘불특정 다수의 전문가’들이 공동저작으로 참여한 일종의 ‘위키’ 사이트들이 존재한다. 가령 철학 전공자들이 기여한 ‘스탠퍼드 철학 사전’이나 과학자들이 기여한 ‘회의주의자 사전’ 같은 경우에는 비교적 신뢰성을 확보한 위키라고 할 수 있다(둘 다 위키백과에서 ‘신뢰 가능한 출처’로 규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두 사이트는 애초에 ‘위키커뮤니티’에 참여할 자격부터 처음부터 제한되어 있는 ‘폐쇄형 위키’기에, ‘개방형 위키’를 대상으로 하는 이 글에는 맞지 않는 예라 할 수 있다. 위키의 개방/폐쇄성에 대해서는 이 글을 참고하라.

앞선 말을 요약하자면 근본적으로 위키 문서의 검증은 사전검증과 사후검증으로 나뉜다. 어떤 사실이나 해석에 대해서 많은 위키들은 위키러들이 이후 검토하고 수정하는 방식으로 검증한다. 위키러들의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확인하는 것이다. 위키백과가 위의 위기에 놓인 이유는 사후검증이 아니라 사전검증을 채택하였기 때문이다. 사전에 믿을 만한 주체가 ‘먼저 검증한 뒤에’ 적은 글을 출처로 삼기 때문에 위키러들의 검증 소요를 줄이고 전반적인 신뢰성을 올리는 방법이다. 그래서 비교적 ‘신뢰가능한 모델’을 구축한 위키백과는 ‘신뢰가능한 출처의 대다수’가 쇠퇴하여 몰락하고 있다는 말이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는, 역설적으로 ‘엔하계 위키’ 식 위키 모델이 오히려 ‘지속가능한 생존’이 가능한 모델일지도 모른다. 니트페어리의 과거 글 ‘위키의 글은 어디에서 오는가‘에서 말했듯. 때로는 위키에서 다루는 대상에 대한 ‘위키백과식 신뢰 가능한 출처’가 존재하지 않을 때도 있으며, 이 글의 내용을 직접 가져오자면 “어떤 캐릭터가 이래서 마음에 들었는지, 오늘 탄 버스가 이래서 문제였는지에 대해서는 당신 그 자체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확실한 출처”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엔하계 위키는 바로 그러한 출처들에 의존하는 곳이다.

하지만  나무위키식 모델은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서술을 받아들이는 데서 발생하는 필연적 문제에서 나오는 가짜뉴스, 선동과 날조 문제에 대단히 취약하며 실제로 터지기까지 했다. 이상적인 환경이라면 위키러들의 검증으로 해결해야 하지만. 당장 이 블로그에서 수도 없이 적은 구조적인 문제를 (당장 서술의 과격함도 포함된 것이다.)  봤을 때 그것이 제대로 동작하는지는 회의적이다.

이렇게만 보면 한국어 위키의 미래는 암담하다고도 볼 수 있는데, 그래도 위키러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은 남아 있다. 짐보의 말은 온라인/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신문과 같은 매체가 쇠퇴하고 있는 구미권을 보고 한 이야기이다. 한국어에만 한정하면 흔히 ‘기레기’란 말이 나올 정도의 문제는 나오지만 아직 공개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신문기사의 수는 많고, 또 늘어가고 있다. (이런 ‘쓰레기 출처’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는 검증을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외부에 위탁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위키러들의 끊임 없는 검증만이 위키를 신뢰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사실과 관점을 적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냉철한 감시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