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정 날짜 : 2020/02/27

위키를 처음 만든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유저가 적응 과정을 거친다. 넓은 범위의 위키커뮤니티에서 생각해 보면 단순히 열람하는 인원이나, 위키 문서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위키 외부의 인원들은 확률적으로 해당 위키에 대한 이해도가 적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위키 자체나 그것의 운영 방식을 접하지 않은 사람들은 위키 자체에 대한 이해도도 적을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위키에 적응한다는 것은 위의 두 가지 사례를 모두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위키 사이트로서, 비슷한 종류의 위키 유형으로서, 편집 도구의 유사성 측면에서 공통점을 추릴 수 있는 영역과 해당 위키의 운영 방식과 정책들은 상당히 다른 층위에 존재한다. 이를테면 위키문법은 위키 엔진에 따라 달라지고, 문서 작성 방법은 각 위키의 특성마다 달라진다. 만약에 위키백과와 같이 서술의 근거를 강제하는 위키의 경우 서술 이전에 자료조사가 선행될 것이고, SCP 재단과 같은 창작 위키라면 설정을 먼저 정리하고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절대 다수의 위키에서 통용되는 국제법과도 같은 원칙은 있다.) 반면에 위키마다 달라지는 것은 해당 위키의 정책과 문화, 운영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이를테면 운영에 대한 비판이 자유롭지 못한 위키의 경우 함부로 게시판에 관련된 글을 썼다간 차단당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다른 예로는 위키의 POV 성향에 맞지 않는 글을 쓴 다음 논쟁에 접어드는 것도 짚을 수 있다.

위키에서 적응 단계가 일어나는 것은 보통 세 가지 케이스로 분류할 수 있다. 첫번째는 “위키를 아예 처음 접하는 단계”이다. 일반적인 위키적인 의미에서도, 특정 위키 사이트의 의미에서도 적응하지 못한다. 이들은 위키의 모든 것이 새롭다. 기본적인 문법조차도 알지 못해서 디자인적으로 의미 없는 글을 작성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납득하지 못할 편집이나 돌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각 위키의 적응 프로그램(내지는 적응 도구)의 효과나 분쟁을 통해서 적응하게 된다. (물론 이 경우에는 압도적으로 많은 수가 적응하지 못하고 이탈한다.)

두 번째 케이스는 “위키 노마드”이다. 다른 위키에서 위키에 대해서 적응하였으나 대상이 되는 위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이를테면 엔하계 위키에서 위키백과로, 제타위키에서 엔하계 위키로, SCP 재단에서 위키백과로 이동한 유저들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의외로 많은 학습량이 필요하지는 않다. 이미 위키에서 타인과 함께 편집하는 법을 일정 정도 익힌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특정 위키에서 통용되는 규칙을 학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각 위키마다 개념을 달리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재학습이 필요하며, 이 재학습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개념의 불일치로 발생할 수 있는 논쟁의 가능성이 결정된다.

세 번째 케이스는 “골칫거리” 이다. 한 위키에서의 특성들은 습득하였으나 위키 일반적인 사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위키를 옮긴 순간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이를테면 나무위키에서 토론만 하거나, 취소선 드립만 친 사람이라거나 타인과 소통이 전혀 안 되는 영역에서 전혀 피드백 없이 자신의 편집만 해온 사람들이다.(이 케이스는 극히 적다. 하지만 존재는 한다.) 나무위키에서 사용되는 토론 방식은 대부분 다른 위키에서 용납받기는 힘들다. 1언젠가는 이것에 대해서도 다룰 것이다. 이들은 이런 토론 방식을 채택할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이런 유저들이 일반적인 위키 편집에는 그다지 관여하지 않았을 때, 이들의 활용성은 극히 제약되며 다른 유저와 같이 활동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재교육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유저들은 대부분의 경우 환영받지 못한다.

이렇게 유저를 분류한다면 각각 효과적인 적응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 와 세번째 케이스는 상당히 특이하기 때문에 다른 글에서 더 자세히 다룰 기회가 있을 것이고, 우선은 제일 모델이 간단한 첫 번째 케이스로 한정해서 다음 글에서 다뤄 볼 것이다.

모든 유저는 사이트에 처음 접속하자마자 편집 버튼을 누르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그곳이 어떤 사이트인지, 어떻게 굴러가는지를 파악하고자 시도할 것이다. (당장 편집 버튼이 어떤 역할을 할지조차 모르는데 어떻게 편집을 시도할 것인가?) 그리고 상당히 많은 비율이 이 단계에서 이탈한다. 글을 쓰는 것과 커뮤니티에 접촉하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이기고 가까스로 편집 버튼을 처음 누르는 단계가 “첫 편집” 단계이다.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는 이상에야 이 단계에서 무언가 의미 있는 편집을 기대하는 것은 힘들 것이다. 대부분의 첫 편집이 맞춤법 수정이나 링크 추가와 같은 대단히 지엽적이며 단순한 편집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단계는 기본적인 문법과 편집 인터페이스 사용법을 익힐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의미가 있는 단계이다. 또한 다른 유저와의 갈등을 유발하지 않을 수 있는 마지막 단계이기도 하다.

첫 편집을 수행했다면 (불행히도 이 단계를 계속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보다 많은 편집을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된다. “초보 편집자” 단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단계의 유저는 한 줄, 한 문단과 같은 부분적인 편집을 주로 할 것이다. 간단히는 부족한 근거를 추가하거나, 트리비아를 한 줄 넣거나, (문서로 만들기에는 너무 지엽적인)  어떤 세부 개념을 설명하는 문단을 만들기도 할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문법 이외의 요소들, 이를테면 위키의 형식에 맞는 글쓰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학습하거나 자신의 편집에 대한 피드백을 겪는 과정에서 타인과 소통하는 것을 처음 배우는 단계이다. 사실상 위키커뮤니티를 처음 체험하는 단계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위키커뮤니티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다음 단계는 처음으로 문서를 만들기 시작해보는 “정착 단계” 이다. 보통 이 단계까지 온 사람들은 이미 위키커뮤니티에 한 발을 들여 놓았거나 어느 정도의 소속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단계에 접어 든 사람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적응을 포기하고 떠나는 일은 적다. 하지만 이 단계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적응했는지, 얼마나 좋은 품질의 컨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지는 위키의 품질을 가르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이 단계의 사람들을 잘 이끌어야 한다. 왜냐면 이 단계에 이른 사람들은 표면적으로 다른 위키러와 구분하기 힘들다. 바꿔 말하면 “유년기가 끝난” 것이다. 이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위키 활동을 하기에 있어 필요한 기능들을 습득했기 때문에 이후 성장은 필연적으로 자연스럽지 않고 본인의 의지에 의해서나 커뮤니티의 영향을 받아야만 일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단계에 이르기까지 어떤 것들을 습득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이 단계에 이른 사람은 전 단계와 비교해서 위키 문법적으로 특별히 뭔가를 배운다고 보기는 어렵다. (표나 틀 사용, 파서 함수와 같은 고급 기능은 물론 힘들지만) 기본적으로 문서를 만들기에 충분한 문법과 인터페이스 사용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위키 인터페이스 외적인 기능”이 더 중요해진다. 속칭 글쓰기 능력과 내용을 구조화하는 능력, 논리력과 같은 요소들이 필요해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타인과의 분쟁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능력도 필요할 수 있다. 문서를 어떻게 시작해서 어떤 내용을 넣어야 할지 틀을 짜고, 타인이 편집하는 것을 어떻게 감안해야 할지를 결정하고, 어떻게 하면 자신의 편집이 더 가치가 있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위키에서 가장 중요한 “허리”에 해당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위키의 품질을 올리고 싶은 위키커뮤니티는 이 단계에 올라온 사람들을 어떻게 능력을 향상시켜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이것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활동하고 다양한 분야를 접해 온 사람들은 “베테랑 위키러”라고 할 수 있다. 엔하계 위키 식으로 말하면 “위키페어리”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 단계에서는 자기 일에 신경쓰기에도 벅찬 단계는 아니기 때문에 타인의 편집에 상당히 관여하게 된다. 또한 어떻게 편집해야 좋은 글이 될 수 있는지와 위키커뮤니티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편집자를 넘어서 운영자를 맡기에도 적합하다. (오히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이 단계 이외의 유저를 운영자로 삼는 것은 부적합하다) 이 단계에 이른 사람은 더 이상 “적응”이라 말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능력의 차이보다는 성향의 차이가 더 부각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렇게 유저의 성장 단계를 정리했으나 이에 해당되지 않는 분류가 있다. 파괴적인 목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과 특정한 목적이 있어서 위키에 유입된 인원들이다. (단기적인 동원 계정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위키에 적응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성장 단계를 따라가지도 않고, 더 있어봐야 위키에 득이 안 되기 때문에 성장을 바라는 것도 부적절하다. 물론 이들이 적응하고 위키 활동을 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으나 위키러를 적응시키는 것과 위협적인 인물을 설득하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기 떄문에 더 이상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이 단게가 반드시 활동 기간에 의존하지도 않는다. 누구는 1개월 활동했지만 베테랑에 준하는 지식과 경험을 쌓았을 수도 있고, 누구는 수년 동안 활동했는데도 문서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할 수도 있다. 반면에 방금 들어온 사람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반드시 “올드비”가 유리하지는 않다는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