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정 날짜 : 2020/02/29

먼저 이 글에서는 위키에 유저가 처음 들어와서 적응하는 단계를 설명하였다. 이것은 위키러의 입장에서 적응 과정을 나타낸 것이고, 이제는 위키 입장에서 어떻게 유저를 “적응시킬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위키 입장에서 유저를 조기에, 그리고 양질의 위키러가 될 수 있게 적응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적응되지 않은 위키러는 잠재적으로 분쟁을 불러오고, 양질의 컨텐츠를 생산할 확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당수 위키들은 유저를 어떻게 적응시킬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기 마련이다. (물론 이런 고민을 전혀 하지 않는 위키들도 상당히 많다.) 이제 우리는 위키들이 어떻게 유저들을 적응시키는지를 살펴보자.

우선 상당히 많은 위키에서 채용하고 있지만 가장 비효율적인 적응 방법은 “닥눈삼”이다. 전적으로 다른 위키 유저들이 하는 행동 방식을 모방하고 습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대부분의 위키에서는 문법 도움말 정도는 갖추고 있지만 어느 것이 적절한 위키 문서인지, 어떻게 편집해야 타인을 납득시킬 수 있는지, 분쟁이 발생했을 때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도움말이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의에 의해서든 불가항력이었든 다수의 위키 유저들은 처음에 이 방법을 접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유저들이 얼마나 빨리 이 단계에서 탈출하게 될지, 얼마나 많은 비율이 적응을 마치고 살아남게 될지는 위키커뮤니티의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앞으로는 이를 편의상 적응 효율과 생존률로 부르자) 도움말이 부족하더라도 유저가 일으키는 행동에 대한 긍정적 피드백이 많고, 적응 기간을 기다려 줄 수 있는 위키커뮤니티일수록 생존률이 높다. 반면에 유저의 행동마다 부정적인 피드백이 돌아오고, 편집을 되돌리고, 제재하려 들 수록 생존률이 낮다. 이는 위키뿐만이 아니라 상당수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하게 작용한다.1예외는 있지만 여기서 설명해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적응 효율은 두 가지 변수에 따라 달라진다. 첫번째는 “그나마도” 유저가 참고할 수 있는 도움말의 질과 양이다. 이외에 얼마나 위키의 운영이 정책과 도움말과 유사하느냐도 작용하지만 이미 문서화된 것과 상당히 다르게 흘러가는 위키는 유저의 적응과는 별개의 사유로 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논외로 하고, 가능한 한 유저가 경험을 통해 개념을 배우는 비중이 낮을 수록 더 빨리, 위키의 이상에 맞게 적응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의 변수는 유저가 참고할, 실습할 경우의 수가 얼마나 많은지이다. 한번 편집할 때 많은 것을 요구하는 위키는 유저가 일정한 시간 동안 시행착오를 겪는 횟수가 적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 반면에 많은 경우의 수와 즉각적인 피드백이 온 횟수가 많을 수록 빠르게 적응하게 될 것이다. 또한 유저가 직접 시행착오를 겪는 것 이외에도 다른 유저를 통해 “타산지석”을 얻는 것도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닥눈삼 모델”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같은 상황에 놓이더라도 이것이 노골적으로 표출되는 것과 암암리에 표출되는 것은 상당히 그 효과를 달리 한다. 닥눈삼 모델이 생기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적응 프로그램, 그리고 사용할 수 있는 자료나 의지의 부족 때문인데 프로그램이나 자료의 부족은 근본적으로 유저가 다른 위키러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상존한다. 반면에 모든 책임을 적응하지 못한 유저에게 돌리는 분위기가 만연한 경우에는 유저가 도움을 받기보다는 이로 인해 제재될 위기에 놓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닥눈삼 모델보다 조금 더 나은 케이스는 위키에 신규 유저가 참고할 수 있는 도움말이 상당수 구비된 케이스이다. 그리고 유저의 의문에 즉각적으로 피드백이 많을수록 좋다. 같은 도움말 작성에도 그 차이가 있는데, 효과적인 도움말이 되려면 앞서 말한 유저의 성장 단계에 따라 효율적인 도움말이 있어야 한다. 독자나 외부인의 입장에서는 위키 그 자체에 대한 개요와 위키 편집이 가지는 의미, 편집으로 접근할 만한 유인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단계의 유저는 편집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편집 방법과 같은 지엽적인 사항은 효과가 없다.

첫 편집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는 문법과 편집 인터페이스 설명이 중요하다. 어디를 눌러야 편집 모드로 들어갈 수 있고, 어떻게 편집을 해야 반영되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기초적인 문법들을 (링크 달기와 각주 사용법, 이미지 삽입법과 같은) 교육하는 것은 이들에게 매우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것과 동시에 각 위키마다 특징적인 사항을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키별 정책이나 편집에 있어서의 주안점은 다르기 때문에 첫 편집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반드시 선행될 필요는 없지만 병행되어서 교육해야 이후 단계에서의 갈등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를테면 위키백과는 편집에 있어 출처 제시와 중립적 서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런 사항을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엔하계 위키와 같이 사견을 주 컨텐츠로 삼는 위키는 사견과 사실의 구분과 어디까지의 사견이 적절한지에 대한 이해는 상당히 중요한 요소이다. 정책적인 내용과 편집에 있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컨텐츠를 준비하는 것이 유효한 도움이 될 수 있다.

문단 단위로 작성할 수 있는 단계의 사람들은 어떤 내용을 작성하는 것이 중요한지를 교육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를테면 저작권 교육과도 같은 것이다. 문맥에 어울리는 글을 어떻게 작성하는지를 교육하는 것도 좋다. 문법과 관련해서는 표나 틀 문법과 같이 문서의 일부를 편집할 때 유용한 것을 다루는 것이 효과적이다. 활발한 편집이 이루어지는 단계이기 때문에 위키커뮤니티에서 분쟁에 놓였을 때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교육하는 것은 중요하다.

문서를 처음 작성하는 단계의 사람들은 전체적인 문서 구조를 짜는 법과 내용의 배분, 문서의 분리와 병합과 같은 보다 복잡한 내용이 중요하다. 문법과 같은 기능적인 내용이 아닌 글쓰기와 같이 복합적인 능력을 요구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교육해야 할 것은 보다 복잡하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대부분의 위키는 이런 내용까지 교육할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는 당장 교육과정에서도 힘든 일이다!) 단기적인 피드백과 외부 자료를 소개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뒤에 이어서 위키적인 요소를 첨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분리하기 쉽게 문단별로 내용을 정리하거나, 문서별로 중복된 내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와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부 특수한 사례를 제외하고 위키들이 유저의 성장 단계에 따라 맞춤형 적응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실상 유저 하나하나마다 프로그램을 이수한 후 편집에 들어가게 하는 특수한 위키이거나 멘토가 붙어서 사용자를 하나하나 마크하는 상황에서나 전반적으로 가능하다. (그리고 이것은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위키는 기본적으로 모든 성장 단계를 상정한 도움말을 준비해서 유저들이 알아서 찾아 읽게 만드는 것이 그나마도 현실적인 방법이다. 이를테면 리그베다 위키는 일반 문서에 위키적인 요소를 설명하는 부분을 넣고, 링크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게 준비했기 때문에 유저들이 자연스럽게 위키질을 하는 와중에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했다. 반면에 네임스페이스를 엄격하게 나누는 위키백과와 같은 곳은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힘들다. 따라서 위키마다 어떻게 도움말을 위키러에게 노출할지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적응을 돕는 데는 멘토를 붙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멘토는 멘티의 편집을 검토하고 질문을 즉각적으로 대답해 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멘토를 지정하는 것은 효과적이나 일반적으로 멘토가 될 만큼 숙련된 사용자보다는 멘티가 될 만한 사용자가 많고, (이는 이탈자가 그만큼 많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멘토링이 효과적이려면 멘토가 부담하는 노력의 양이 커야 하기 때문에 이는 장기적으로 숙련된 사용자의 소모와 번아웃을 불러올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위키백과는 특이하게 외부 단체와 협력한 홍보 및 신규 사용자 영입 프로그램을 많이 하는데, 여기여기에서 내역을 볼 수 있다. 이 방법의 장점은 2~3시간을 소요해서 신규 유저의 편집 홍보와 기본적인 편집 인터페이스 설명부터 시작해서 간단한 편집 경험까지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단계를 거치면 앞선 글에서 말한 “초보 편집자” 단계까지의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나름 체계적인 과정을 통해서 필요한 내용을 교육할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교육 방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이 장점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구조 자체의 문제도 있고 실행하는 과정에서의 문제도 있는데 단적으로 현 상황을 봤을 때 이런 과정을 통해서 유입된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활동하는 위키러가 되는 비율은 그렇게 크지 못했다. (원래라면 실행한 쪽에서 분석을 했어야 하지만) 간단히 분석을 해 보자면 구조적으로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번째는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원래부터 위키에 관심이 있었을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이런 행사 자체가 특수한 수업이라거나 일시적인 경험으로 취급했을 가능성이 높다. 협력 단체에 따라서는 위키 그 자체에 목적이 있기보다는 자신의 입장이 반영되는 것을 우선시한 것의 영향도 볼 수 있다. 또다른 문제로는 이렇게 들어온 신규 유저들을 정착시키는 후속 자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유입된 유저라고 하더라도 이탈했을 가능성을 높게 볼 수 있다.

실행하는 과정에서의 문제도 볼 수 있다. 기존의 행사에서는 위키 편집의 기능적인 면에 치중했고 위키 그 자체에 대한 교육과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면이 부족했다. 아예 위키를 접한 적이 없는 사람을 상정하기 때문에 기능적인 면보다는 편집에 관심을 불러오는 과정이 좀 더 중요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의 명확성과 시간의 한정과 같은 문제로 이런 것을 채택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데, 결과론적으로는 효과를 내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시행할 때는 대상과 기존 경험을 반영한 지속적인 피드백이 중요하다. 위키에 관심이 있는 첫 편집을 마친 사람들을 대상으로(온라인에서 이들을 모을 수는 있을 것이다.) 위키 편집과 관련한 교육을 진행했거나, 후속 프로그램을 잘 준비했거나, 기능적인 면을 최소화하고 위키에 관심을 일으키는 것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했으면 다른 효과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프로그램의 분석과 사후평가가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만들어낸 유입은 장기적으로 그 효과를 보기 힘들다. 위키에서 유저가 적응할 수 있게 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은 참고할 수 있는 자료의 다양성과 접근성을 향상하는 것과 그리고 위키커뮤니티 차원에서 즉각적인 그리고 상호부조적인 피드백을 하는 것이 원론적이지만 가장 효과적이다.